둘레길정보

관동별곡 800리길 고성에서 울진까지 320㎞

산솔47 2011. 6. 25. 16:36

관동별곡 800리길 고성에서 울진까지

 

관동별곡

'강호에 병이 깊어 죽림에 누워 있었더니/관동 팔백리에 방면을 맡기시니/아아, 성은이야말로 갈수록 끝이 없구나…'

조선 중기 정치가이자 시인 송강(松江) 정철(鄭澈·1536~1593)이 쓴 '관동별곡(關東別曲)' 첫 구절이다.

고등학교 문학 시간 누구나 한 번은 읽었을 관동별곡이 걷기 코스로 살아난다.

강원도 최북단 고성에서부터 최남단 삼척까지, 풍광 수려한 바닷가 길들을 잇고 이어 800리 걷기 코스로 꿰었다.

 

'관동별곡 800리 걷기 코스'.

기존 바닷가 길들을 잇고 걸을 수 있도록 화살표 등 표지를 요소요소에 배치한다.

제주 올레와 비슷한 방식이다.

세계걷기운동본부가 만들고 고성군, 속초시, 양양군, 강릉시, 동해시, 삼척시 등 강원도 지자체가 후원 협조했다.


걷기 코스가 관동별곡에 나오는 모든 풍광을 아우르지는 못한다.

관동별곡에서 송강은 한양에서 왕을 알현한 후, 지금의 남양주와 여주를 거쳐 강원도 관찰사(오늘날 도지사)로 원주에 부임한다.

"감영 안이 무사하고 시절이 삼월인 제" 내금강을 통해 금강산에 들어간다.

만폭동, 진헐대 등 금강산 절경을 두루 관람한 뒤 외금강을 통해 강원도 동해안으로 빠져나온다. 고

성 삼일포와 청간정, 양양 낙산사, 강릉 경포대, 삼척 죽서루를 거쳐 지금은 경상북도의 일부가 된 울진 망양정에서 여정을 마친다.

이 중 금강산과 삼일포는 현재 북한 땅이니 당연히 걸을 수 없다.

그래서 걷기 코스는 고성군 금강산콘도에서 출발한다.

또 지금은 경북인 울진 망양정과 평해 월송정은 코스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800리(약 320㎞)에 못미치는 것 아닌가?

세계걷기본부 정준 사무총장은 "들쭉날쭉한 해안도로를 따라 걸어보니 약 300㎞쯤으로, 800리에서 크게 모자라지 않는다"고 했다.

세계걷기운동본부에서는 하루 종일 걸으면 고성 금강산콘도에서 삼척 죽서루까지 일주일 정도 걸린다고 계산하고 있다.

관동별곡을 걷기 코스로 만들겠다는 건 정준 사무총장의 오랜 꿈이었다.

"걷겠다고 비행기 타고서 산티아고까지 가지 않습니까.

올레 걷겠다고 제주도까지 가지 않습니까.

강원도 동해안은 서너 시간이면 됩니다.

얼마나 가까워요.

한국 최고의 가사문학 작품으로 꼽히는 관동별곡의 배경이 된 땅이니 얼마나 의미가 있습니까?"


국내 최초로 송강 정철의 평전(評傳)을 쓴 강릉원주대 박영주 교수는 "금강산과 관동팔경 유람은 조선조 사대부의 필수 교양코스"라고 했다.

"선비들은 산천경계를 둘러보며 답답한 기운을 떨쳐버리고 호연지기를 키우고, 정신이 활짝 펼쳐져 열리는 상쾌한 상태 즉 창신의 즐거움을 누리기 위함이었지요."

문득 의문이 생긴다.

'송강이 관동800리를 진짜 걷고 나서 관동별곡을 썼을까?'

"송강이 실제로 유람하고 관동별곡을 쓴 건 분명합니다.

송강이 금강산과 관동800리를 찾은 건 관할 구역을 순시한다는 의미도 있는 것 아니겠어요.

가마나 말을 탔겠지요. 수행원이 있었겠지요."

조선시대 금강산을 거쳐 관동800리를 둘러보려면 얼마나 걸렸을까?

"관동별곡에 '감영 안이 무사하고 시절이 삼월인 제'라는 구절로 보아 봄에 출발했겠죠.

또 망양정에서 밤에 월출(月出)을 기다린다는 대목이 있습니다.

추우면 어떻게 달 뜨기를 기다리겠어요?

그래서 짧으면 한 달, 길어야 세 달 정도 걸렸으리라 추측합니다."

박 교수는 관동800리를 걷는 의미는 조선을 넘어 신라(新羅)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했다.

"화랑은 명산대천에 국가와 백성을 위해 제사를 지내는 사제집단이었습니다.

관동800리는 화랑의 순례처라고 봅니다.

관동8경 중 어느 곳 하나 화랑(花郞)과 연관되지 않은 게 없습니다."

 

송강이 걷고 화랑이 걸은 길, 이제 누가 걸을까.

관동별곡 800리 걷기 코스.

걷기 마니아에겐 더없이 행복한 일주일 여정이 된다.

하지만 시간적 여유가 없거나 체력이 부족하다면 버거운 거리이다.

그래서 약 300㎞ 코스 중 백미(白眉) 2구간을 고르면 좋단다.

해돋이가 장관인 고성군 '거진등대공원 코스'와 조선시대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왕곡(旺谷)마을과 송지호(松池湖)를 끼고 도는 '송지호 코스'다.

송지호 코스 약 6㎞, 거진등대공원 코스 약 4㎞. 두 코스 모두 1시간 정도면 충분히 돌 수 있다.

 

‘관동별곡 8백리 길’ 여정은 관동팔경 최북단의 고장 고성에서 시작하는 것이 우선 생각할 수 있는 코스이다.

그리고 기왕이면 고성 화진포 광장에 우람하게 서 있는 ‘관동별곡 8백리 답사 일번지’ 비석 앞에서 시작하는 것이 멋진 출발이 될 것이다.

그리하여 송강의 <관동별곡> 작중 여정을 염두에 두면서 남쪽으로 속초→양양→강릉→삼척을 거쳐 울진에 이르는 것이 한 방법이다.

두 번 째 코스는 관동팔경 최남단의 고장 울진에서 시작하여 중간 지점들을 거쳐 최북단의 고성에 이르는 방법이다.

이 코스는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기보다는, 자신의 생활 근거지로부터의 접근성을 고려할 때 취할 수 있는 여정이다.

그리고 향후 경주로부터 금강산에 이르는 이른바 화랑의 성지순례 코스-화랑문화 순례길을 염두에 둘 때 유의미한 여정일 수 있다.

이와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코스는 중간지점의 고장, 가령 강릉을 거점으로 삼아, 북쪽으로 고성에 이르는 여정과, 남쪽으로 울진에 이르는 여정을 나누어서 답방하는 방법이다.

각 지역마다 특색을 지닌 전 코스를 짧은 기간에 섭렵할 수 없는 여정이고 보면, 이 방법이 가장 바람직한 것일 수도 있다.

전체 코스를 몇 개의 권역별로 나누어 주말마다 답방하는 경우 유용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