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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동해바다를 벗삼아 걷는 영덕 블루로드

산솔47 2011. 6. 29. 15:40

영덕 블루로드

 

[慶北의 재발견] 영덕 블루로드

바람, 바다, 산 그리고 사색…50㎞ 환상의 파노라마
풍력발전기·해안초소길·백사장 등 다른 곳선 상상할 수 없는 묘미 가득
A·B·C 3개 코스 골라 걷는 ‘재미’…대게 등 맛집 즐비…스토리도 넘쳐


 

영덕블루로드의 출발지인 강구항.
영덕블루로드의 출발지인 강구항.
24기의 풍력발전기 사이로 조성된 블루로드. 사진아래에 캡슐모양의 오토캠핑장이 자리잡고 있다.
24기의 풍력발전기 사이로 조성된 블루로드. 사진아래에 캡슐모양의 오토캠핑장이 자리잡고 있다.
A·C구간에는 이런 산길을 걸을수 있는 산책로가 대부분이다.
A·C구간에는 이런 산길을 걸을수 있는 산책로가 대부분이다.
석리에서 경정리까지 이어진 해안길.
석리에서 경정리까지 이어진 해안길.

바람과 함께 사색하는 A코스

 

강구항에서 풍력발전단지와 해맞이공원까지 17.5㎞의 A구간의 출발은 강구버스터미널에서부터 시작된다.

국내 최대 규모인 강구항은 100여곳의 영덕대게상가가 다닥다닥 모여있다. 이때문에 주말드라마 ‘그대 그리고 나’ 촬영지로, 대게상가를 따라 걷는 것만으로도 잠시도 눈을 뗄 수 없을만큼 재미와 흥미가 넘쳐난다.

언젠가 맛봤던 영덕대게의 감칠맛을 떠올리며 강구항의 아름다운 모습을 뒤로 한채 천천히 산등성이를 따라 걸으면 어느덧 영덕읍과 주변을 끼고 도는 오십천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낙동정맥의 자락으로 영덕읍의 동쪽에 위치한 고불봉 정상에 차려진 쉼터에서 잠시 이마에 흐르는 땀을 식히고 나면 어느덧 창포풍력단지가 손에 잡힐 만큼의 가까운 거리에서 파노라마 사진처럼 펼쳐진다.

알록달록한 봄 꽃으로 치장한 산허리를 눈에 담으며 한시간 남짓 굽이 돌아 나오면 소형차도 무리없이 다닐 만큼 잘 다듬어진 등산로가 창포풍력발전단지까지 계속 이어진다.

국내최초 상업용 민간풍력발전기 24기로 조성된 풍력단지다. 이 곳으로 접어들면 푸른바다를 배경으로 조성된 오토캠핑장의 캡슐카 모양의 방갈로와 영덕 신재생에너지 전시관이 당당하게 서 있다.

쉭쉭거리며 발전기 날개에서 들려오는 바람 가르는 소리가 낯설게 느껴질 때쯤 눈앞에는 끝없는 수평선과 시리도록 파란 바다, 오밀조밀한 해안선이 좌우로 펼쳐져 있다. 약 6시간 가량 걸으며 쌓였던 모든 피로가 순식간에 사라지면서 자신도 모르게 탄성이 절로 나온다.

수년전에 발생했던 대형산불의 상처와 흉터를 딛고 새롭게 변모한 창포해맞이공원에는 야생초와 갈대숲이 멋지게 어울린 해안산책로, 대게 집게발 형상의 등대가 자리잡고 있다. 잔잔히 깔리는 감미로운 음악소리와 함께 한다면 아름다운 휴식공간으로는 정말 손색이 없다.

근처에는 여러개의 펜션들이 군데군데 모여 있어 가족, 친구들과의 나들이가 불편하지 않다. 푸른 바다를 보며 싱싱한 회와 영덕대게를 먹을 수 있는 식당들이 도로를 따라 곳곳에 있기에 언제든 들어가면 된다.

 

 


◆갯바위·해송숲 펼쳐진 보물같은 B코스

해맞이공원에서 출발, 석리마을을 거쳐 축산 대게원조마을과 죽도산에 이르는 15㎞구간의 B코스를 가보자.

지금까지의 A구간과 달리, 바닷가 갯바위와 해송숲을 거닐수 있는 블루로드의 보물같은 구간으로 가장 인기가 높다.

특히 이구간은 20번 해안지방도로와 과거 해안가 초소경계병들이 다니던 길이 혼재돼 있다. 다소 불편하고 위험하지만 바윗길 등은 그만큼 잘 보존돼 있어 인기가 있다. 연간 100만명이 찾는다는 해맞이공원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대탄리 해수욕장과 오보리 해수욕장을 지나면 옛부터 돌이 많다고 해서 붙여진 석리에 다다른다.

해안도로를 벗어나 석리마을 안쪽으로 들어서면 바닷가에 위치한 예쁜마을정자가 등산객들을 반긴다. 옆에는 널찍한 주차장도 있어 단체관광객들이 쉬어가기 안성맞춤이다. 마치 바다 위 쉼터 같은 마을정자에서 잠시 땀을 식히고 나면 바위 위로 가지런히 뻗어있는 나무데크 산책로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보기좋게 잘 다듬어진 산책로를 따라 걷는 이 길이 바로 과거 해안초소 근무병들이 다니던 길이다.

과거 북한군의 해상침투를 막기 위해 해안 곳곳에 설치한 철조망과 해안경계초소는 중요 군사지역으로 일반인들이 함부로 접근할수 없었다. 그러나 2000년 이후 부분적으로 출입통제가 해제됐지만 여전히 일반인들에게는 낯설다. 대신 열혈바다낚시꾼들과 지역민들이 간간이 찾는 길이다.

15년째 등산을 즐긴다는 김상덕씨(54·경남 통영) 부부는 “제주올레길과 지리산둘레길까지 모두 다녔지만 이곳 블루로드는 완전 색다른 느낌을 주는 곳”이라며 “굳이 비교하자면 약간은 거친 맛이 나는 대신, 주변의 자연스러운 보존상태가 너무 좋다”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석리를 지나 푸른바다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해안 모래길을 걷다보면 돌이 많다는 석리의 골재채취현장에서 설치해 놓은 약 100m 길이의 철제로 만든 해상구조물이 보인다. 이것은 석산에서 캐낸 골재를 해상의 바지선으로 실어 나르기 위해 만든 것이다.

주변 풍경과 어울리지 않는 모습의 철 구조물을 뒤로하면서 걷다보면 어느새 축산면 경계로 들어와 경정3리와 경정1리가 나타나고 이어, 대게원조마을로 알려진 경정2리에 도착한다. 이곳을 차유마을이라고도 하는데 고려말 초대 영해부사 정방필이 대게산지인 이곳을 순시하기 위해 마차를 타고 고개를 넘어왔다고 해서 차유(수레 車 넘을 踰)마을이라고 부른다.

특히 차유마을에는 소형배를 이용해 대게잡이를 하는 집에서 직접 영덕대게를 찜솥에 쪄 요리해주는 식당들이 여러곳이 있다. 이곳에서는 비교적 값싸게 영덕대게를 맛볼수 있다. 이런 이유때문에 실속파 단체관광객들이 대형버스를 이용해 심심치않게 이곳을 방문한다고 마을주민들이 귀띔했다.

해맞이 공원을 출발해 이곳을 지나는 한 무리의 등산객들 중 박용건(52·경남고성)씨는 “이곳은 마치 바다와 나란히 하며 걷는것 같아 너무 좋은 길”이라고 칭찬했다. 또 다른 일행은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크게 힘들지도 그렇다고 너무 쉽지도 않은 적당한 난이도의 코스로 걷기에 너무 좋다”라고 했다. 이 코스가 끝나는 축산항에서 물회 한그릇으로 일정을 마친다며 환하게 웃으면서 길을 재촉했다.

발 옆으로 파도가 밀려드는 바닷길을 따라 계속 걷는다. 이곳 차유마을에서 B코스가 끝나는 축산항까지는 옛 해안초소길을 그대로 재현한 해송숲길로 이어진다. 특히 이 구간만큼은 그동안 인적이 드물었던 곳으로, 10여m이상 높이의 해송들이 빽빽하게 자라고 있다. 마치 병풍을 두른듯 하늘높이 솟아 있어 색다른 느낌이 온 몸을 타고 흐른다.

특유의 바닷내음과 해송이 내뿜는 솔향기에 취해 걷다보면 제각각 모양을 하고있는 바위들과 어울려 묘한 감흥을 자아낸다. 이 분위기에 힘을 얻어 정신없이 걷다보면 어느새 축산항과 죽도산이 불쑥 눈앞에 나타난다.

작은 산봉우리 전체가 대나무로 덮여있다고 해서 붙여진 죽도산이다. 정상에 서있는 등대까지 약 10분이 걸린다. 멀리서도 보기좋게 꼬불꼬불 나무테크로 꾸민 산책로를 따라 올라가보자. 가슴이 후련할 정도로 탁트인 정상이 나타나며 등대를 중심으로 주변을 새롭게 꾸미기 위한 작은 공사가 한창이다.

약 5시간을 걷는 B코스를 마치면 덤으로 옥상전망대가 있는 8층높이의 활어타운을 만날수 있다. 주변 바다를 한눈에 내려다볼수 있도록 통유리로 된 엘리베이터를 타고 건물 꼭대기에 올라보자. 울진군 후포읍까지 훤히 보이며 시원하고 상쾌한 바람까지 반겨주는 기쁨도 덤으로 누릴수 있다. 축산항에는 물회를 전문으로하는 횟집과 대게횟집 등이 있어 여행의 피로를 풀기엔 이보다 더 좋은 게 없다.

 

 


역사의 숨결과 명사 이십리의 C코스

영덕블루로드의 A구간이 주로 산등성이를 걷는 산행위주라면 B구간은 바다를 옆에 끼고 걷는 해안길이었다.

전체 50㎞의 마지막 C코스는 축산항을 출발해 대소산봉수대, 목은이색산책로, 괴시전통마을을 거쳐 대진·고래불해수욕장에 이르는 17.5㎞구간으로, 산길과 바닷길이 절반씩 나누어져 있는길이다.

조선초기에 세워진 대소산 봉수대는 영덕 축산포 방면의 상황을 서울 남산까지 전하던 곳의 하나로, 북쪽의 평해 후리산 봉수대와 남쪽의 별반 봉수대, 서쪽의 진보 남산각 봉수대로 이어져 있다. 해발고도는 약 278m로 그리 높지 않지만 갈지(之)자의 길로 이어진다.

봉수대는 주변을 돌로 두르고 흙으로 쌓아 마치 거대한 봉분처럼 보인다. 이곳에 서면 축산면과 영해면이 한눈에 들어온다. 맑은 날씨에는 영양과 청송으로 이어지는 낙동정맥과 주왕산까지도 선명하게 볼 수 있다.

산봉우리를 타고 2시간 가량 산길을 걸으면 영해 괴시리 전통마을이 나타난다. 고려말 삼은(三隱)중 하나인 목은(牧隱) 이색 선생의 출생지로 200여년된 전통가옥들이 잘 보존된 마을이다. 당시 유학자인 목은 선생이 중국사신으로 다녀와서 자기고향인 호지촌(濠池村)의 지형이 중국의 괴시처럼 시야가 넓고 풍광이 아름답다 하여 괴시(槐市)라 했다고 전해진다.

조금은 지루한듯 느끼는 포장도로를 따라가면 소설가 이문열씨의 ‘젊은날의 초상’배경지인 대진항에 다다른다. 대진해수욕장은 백사장을 가로질러 송천이 바다와 만나는 곳으로 수심이 얕아 가족휴양지로 많이 찾는 곳 가운데 하나다.

대진해수욕장에서부터 해안을 따라 병풍처럼 둘러쳐진 송림을 끼고 고래불해수욕장까지 이르는 8㎞의 백사장을 ‘명사 20리’라고 부른다. 고래가 놀던 모래밭이라는 뜻의 고래불해수욕장은 최근 4년연속 전국최우수해수욕장으로 선정될 만큼 맑고 깨끗한 동해안 특유의 해수욕장으로도 유명하다. 이 길을 걷다보면 모든 시름이 씻겨져 간다. 그리고 옥빛바다처럼 깨끗하고 편안한 새로운 기운이 온 몸을 감싸오르는 것을 느낄수 있다.